DJI Power 1000 배터리 스테이션 사용기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몇주 전 엘에이 부근에 큰 산불이 났었죠.
저희 집을 중심으로 반경 30km쯤 북쪽(Husky fire), 동쪽(Eaton fire), 남서쪽(Palisade fire)으로 불이 났었습니다.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진 이유가 Santa Ana 강풍 때문이었는데요.
저희집은 그래도 산불 피해는 없었지만 바람피해가 심했어요.
뒷마당 외벽에 붙어있는 쉐이드가 날라가는줄 알았습니다 ㄷㄷㄷ 바람에 너무 심하게 불어서요.
혹시몰라서 파라솔도 접어서 눞혀놓고, 아이들용 농구대도 눞혀놓았습니다.
집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전기가 오락가락 해서 자꾸 피씨가 꺼지더니만 결국 전기가 나가버렸습니다.
이집에 10년 넘게 살면서 전기가 나간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나가도 10분 이내에 복구가 되곤 했는데,
이번엔 3일동안 전기가 안들어오는 겁니다...
전기가 중요하죠... 아무것도 못해요.
상황을 보러 밖에 나가니 절반 정도는 기름넣어 쓰는 제너레이터를 가동 중이더라구요. 그 집들만 집에 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EV6는 V2L기능이 있어서 전기를 끌어다 쓸수 있습니다.
저희집은 난방도 전기로 하기 때문에 히터는 못틀고 전기장판을 써야하는데 V2L연장선을 각 방까지 쓸수는 없고.. 급한대로 집에 있던 300Wh 배터리로 썼는데 이거로는 모자라더라구요.
백업용 큰 배터리 하나는 있어야겠다.. 있으면 캠핑가서도 쓸수 있지.. 하는 생각에 어떤걸 살까 하고 리서치 들어갔습니다.
한두푼 하는거도 아니고... 아무거나 사지말고 나에게 맞는 스펙의 배터리를 선택해야 하기에 신중했습니다.
제 충족 요건은 이렇습니다.
1) 최대 파워는 2000W 이상.
캠핑가서 전기포트로 물 끓이면 1800W 이상 씁니다. 이거도 못하는 배터리는 굳이 살 필요 없죠.
2) 배터리 용량은 1kWh 이상.
보통 1800W 출력의 배터리는 다 1kWh 이상이라 굳이 신경 안써도 되지만.. 그래도 같은 금액이면 큰게 좋죠.
찾아보니 비슷한 금액에서는 1kWh부터 2kWh까지 다양했습니다.
3) 최소한의 무게.
들고 다니려면 같은 급이라면 무게가 적은게 좋죠.
같은 급인데 13kg부터 20kg넘는것 까지 다양했습니다. 보통 배터리 용량과 무게는 비례했습니다.
4) LFP배터리.
NCM이면 좋긴 하지만 길게 보면 LFP가 나은것 같습니다. 이 급의 배터리들은 거의 대부분 LFP더라구요.
5) (중요) 팬 소음이 적을것.
캠핑에서 쓴다면 잘때 전기장판이나 전자기기 충전할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자는중에 팬이 시끄럽게 돌면 안되죠.
예전에 구입했던 제품의 반품 사유가 팬소음 이었습니다.
USB로 타블렛만 충전하는데 중간에 갑자기 윙~~ 하고 굉음이 나서 깜짝 놀랐거든요.
이외에 빠른 충전이라던지, 태양광 충전이라던지, 스마트 기능이라던지... 여러 기능들이 많이 있는데 저에게는 굳이 필요없는 기능들 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르고 골라 마지막 선택한 것은...
DJI Power 1000
스펙은 이렇습니다.
1024Wh LiFePO4 Battery
2200W (Peak 2600W) AC
140W USB-C Output
23db Ultra-Silent
일단 다른건 다 제쳐두고 소음 스펙만 보고 구매했습니다. 어차피 배터리는 사이즈와 출력만 보면 되니까요.
2200W출력 또한 구매 포인트 였습니다. 예전에 반품한 1500Wh배터리는 출력이 1600W였는데, 전자렌지가 1800W 조금 넘게 써서 커버가 안되더라구요. 정전일때 전자렌지라도 돌려야죠.
지금 약 3주 넘게 사용중입니다.
정전때는 이방 저방 들고다니며 써야겠구요. 평시에는 주방에서 밥솥과 커피메이커에 연결하여 사용중입니다.
캠핑갈때 들고가야겠구요 ㅎㅎ
주방에서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집들도 같은 상황이 많은데 주방 전체의 전기선이 한개의 브레이커로 연결되어 있을껍니다.
전기밥솥으로 밥 하면서 전자렌지를 돌리면 브레이커가 내려가서 전기가 끊어지죠.
그래서 이 배터리를 일종의 전기 버퍼로 두고, 큰 전기가 필요할때 배터리에서 끌어 쓰고 배터리는 아주 천천히 24시간동안 충전하는.. 이런 구조 입니다.
전기밥솥은 배터리 전기로 쓰고, 나머지는 집 전기로 쓰고.. 분산하는거죠.
저소음이 중요한 것도 이 이유이구요. 아무것도 안하는데 혼자 윙~~~ 하고 시끄럽게 돌면 깜짝 놀라요.
2주간 써본 소감입니다.
장점 1.
출력이 넉넉합니다. 위에도 말했다시피 2200W. 전기밥솥이 1000W정도 쓰는데 두개 동시에 돌려도 충분하구요.
전자렌지 1800W, 커피포트 1800W도 다 돌립니다.
장점 2.
무게가 엄청 가볍습니다.
1kWh급 배터리 중에 가장 가벼운 것 같습니다. 스펙상 13kg이에요.
물론 배터리도 비교적 적긴 해요. 무게는 용량에 비례하니....
장점 3.
완전 저소음!
예전에 다른 배터리를 썼을때는 고출력일때도 윙~~ 충전할때도 윙~~ USB 충전만 하는데도 윙~~ 너무 시끄러웠는데요.
DJI Power 1000은 1500W 이상 출력이 나올때만 팬이 돕니다. 근데 그것도 엄청 조용해요.
팬이 고정회전이 아니고 가변이라, 1500W정도 쓸때 아주 약하게 돌고 올라갈수록 조금씩 빨리 도는데, 빨리 돌아도 전혀 시끄럽지 않았습니다.
충전할때는 600W모드와 1200W모드 두가지가 있는데, 600W로 하면 팬이 전혀 안돕니다.
1200W로 하면 간간히 돌긴 하는데 역시 시끄럽진 않습니다.
배터리로써 이정도 장점이면 더할것도 없겠죠?
반면 단점이 좀 있습니다.
단점 1.
입/출력 옵션이 다른 배터리에 비해 적어요.
DJI Power 1000은 입력은 110V AC입력 한개밖에 없고 출력도 110V AC 출력과 USB A, USB C 출력 밖에 없습니다.
타사 제품들은 자동차 12V출력이라던지, XT60 입출력, USB-C 입력 등도 있는데 말이죠.
특히 USB-C 입력이 없는게 저에겐 가장 큰 단점이었습니다.
자매품인 DJI Power 500은 USB C로 충전이 되요. USB C단자가 입/출력 모두 지원합니다.
근데 이녀석은 USB C 단자는 출력만 됩니다.
그러면 USB C나 태양광 패널, 다른 DC로 충전을 하려면? 각자 맞는 동글을 구입해야 합니다. 싸지도 않아요!
단점 2.
스마트 기능의 부재.
안되도 그만 일수도 있지만.. 요즘 배터리들은 다 앱으로 컨트롤이 되는데 얘는 안됩니다.
되게 만들 수는 있습니다. 와이파이 동글을 구입해야 합니다!
와이파이 동글을 구입하여 앱을 이용하면 없던 기능까지 쓸 수 있습니다.
근데 이런 기능이 있으면 동글 없이 배터리 자체에서도 컨트롤이 되야 되는거 아닌가요?
단점 3.
배터리 용량이 비교적 적어요.
무게가 가벼워서 트레이드-오프 라고 볼수 있지만.. 커피포트 한번 쓰면 10%씩 줄어드니...
압력밥솥 잡곡으로 눌러놓으면 거의 50% 씁니다 ㄷㄷ
단점 4.
DCAC 컨버터의 대기전력이 꽤 큽니다. 계산해보니 대략 24W정도 쓰는걸로 나오네요.
100%일때 아무것도 안쓰고 AC만 켜놓기만 해도 43시간이면 0% 됩니다.
단점 1, 단점 2는 다 동글로 커버가 됩니다. 돈만 쓰면 다 되요 ㄷㄷ
이 배터리의 오른쪽에 SDC 라고 하는 포트가 2개 있습니다. 여기에 동글을 연결합니다.
SDC포트는 DJI 자체 규격인것 같습니다. 드론 등 충전할때 쓰라고 써있습니다.
USB-C로 천천히 충전하려고 하다보니 SDC포트의 어댑터가 필요했습니다.
SDC를 바로 USB로 만들어주는 어댑터는 없구요.
이런 어댑터를 팔더라구요. XT60은 보통 태양광 패널 연결에 사용합니다.
이 어댑터와,
이 어댑터 둘을 합치면? USB 충전이 되겠죠?
바로 둘을 구입하고 연결해봤습니다.
실패!
알고보니 SDC to XT60 변환 어댑터는 출력 전용 이었습니다.
XT60에 연결하여 충전하는 드론이나 조그만 배터리 들을 위한 어댑터 였습니다...
이 변환 어댑터가 단순히 선으로 연결된게 아니라 중간에 회로가 있나보군요. 이 회로가 SDC포트의 입/출력을 변환해 주는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타자.
이 어댑터는 차량 12V 포트에서 SDC포트로 충전하는 어댑터 입니다.
메인부분은 왼쪽에 있는 SDC to XT60 부분이고, 오른쪽 차량12V to XT60 부분은 그냥 아무 회로없이 단자만 변환시켜주는겁니다.
왼쪽에 있는 파트에서 DJI라고 쓰여있는 부분에 DC2DC converter가 내장되어 있는듯 합니다.
스펙상으로는 100W 충전 된다고 합니다.
구매전에 DJI에 문의했습니다.
이걸로 배터리를 충전할껀데 12V 차량말고 다른 XT60, 예를들면 솔라패널 같은거도 가능한가?
답변은 된답니다.
이 어댑터와,
이렇게 두개를 조합해 봅니다.
오..... 충전됩니다 ㅎㅎㅎ
입력은 12V~24V 사이면 다 받아들여 집니다. DC2DC 컨버터에서 알아서 맞춰주는것 같습니다. 덕분에 발열도 좀 있긴 합니다.
충전 전력은 무조건 100W로 끌어가나봅니다.
자동차 12V단자에 연결하면 12V * 8.3A = 100W 로 충전되고 발열은 꽤 됩니다. 8.3A니까 어쩔수 없겠죠.
USB C 충전기에 연결하면 100W까지 끌어 씁니다. 보통 100W USB C 충전기는 20V * 5A 를 씁니다.
65W 충전기의 경우 20V * 3.25A 인데, 이것도 그냥 5A까지 끌어써서 충전이 끊어집니다.
동글을 연결하여 앱으로 65W로 충전제한을 걸면 65W USB C 충전기로도 충전이 가능합니다.
솔라패널을 연결하면 100W이내로 전력이 발전되는대로 다 받아주겠죠.
이렇게 몇 주 정도 사용한 후기...
1. 소음은 전혀 없습니다.
어댑터를 이용해서 65W나 100W를 충전해도 전혀 소음이 없고, 일반 110V에 연결하여 600W로 충전해도 소음 없습니다.
사용할때도 1500W 이하에서는 팬이 돌지 않아요.
1500W이상 쓰더라도 팬소음이 크지 않습니다. 커피포트나 전자렌지를 연결해서 쓰면 팬소음이 조금 있는데, 물 끓는소리나 전자렌지 돌아가는소리가 더 큽니다.
2. 동글을 구입해야 완전체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글을 이용하여 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 중에,
전면 화면 Timeout 설정 (5분), AC OUT timeout 설정 (Never), 자체 전원 timeout 설정 (Never), 어댑터 충전 전력 제한 (65W) 이정도 설정해놓고 쓰는데, 이렇게 쓰니 배터리를 쓰는건지 아닌건지 그냥 알아서 돌아가고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3. 1024Wh는 조금 적을지도...?
K-cup 커피메이커 한잔 뽑으면 약 7%, 커피포트로 600ml정도 끓여도 약 7%,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면 약 35% 정도 씁니다. 캠핑에서 요리할때 펑펑 쓸 정도는 아닐것 같습니다.
현재 아주 만족하고 사용중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신경 전혀 안쓰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배터리팩을 사용하시는데 팬소음이 문제라면 이 제품이 가장 적당한 제품일 껍니다.